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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새처럼 세상을 볼 수 없다. 본문
사람은 빨강, 초록, 파랑의 세 가지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지만, 새는 그보다 훨씬 더 넓고 섬세한 색의 세계를 보고 있습니다. 새들이 어떤 방식으로 색을 인식하고,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 시각 체계를 갖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색을 보는 원리
빛을 인식하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과정입니다. 눈 속 망막에는 막대세포와 원추세포라는 두 가지 주요 감각세포가 존재하며, 각각은 시각 색소를 이용해 빛을 감지하고 신경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이 시각 색소는 두 분자의 결합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 레티날(Retinal)과 옵신(Opsin)입니다.
레티날은 식이로 섭취한 카로티노이드에서 유래하는 비타민 A 유사 분자로, 빛을 흡수하면 분자의 구조가 변합니다. 옵신은 이 레티날을 감싸고 있는 나선형 구조의 단백질로, 일종의 단백질 주머니처럼 작동하여 레티날과 결합함으로써 빛에 민감한 복합체를 이룹니다. 이 복합체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세포 내에서 연쇄적인 분자 반응이 시작되고, 결국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신경 자극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옵신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 미세한 차이는 레티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빛의 파장에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각 감각세포가 감지하는 색깔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해서 막대세포는 낮은 밝기의 빛을 감지하고,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 자외선과 같은 서로 다른 파장의 빛에 반응합니다.
게다가 새의 원추세포 안에는 기름방울(oil droplets)이라는 구조가 들어 있어, 빛의 일부를 걸러내고 각 색상에 더 특화된 반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기름방울은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각 원추세포의 스펙트럼 감도를 더욱 정밀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외선 원추세포에는 이러한 기름방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외선 영역까지 넓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포유류는 왜 새처럼 색을 못 볼까요?
오늘날 새들이 가진 4색 시각 체계는 사실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조상은 하나의 옵신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고, 이 유전자가 진화 과정에서 여러 번 복제되고 분화되면서 새를 포함한 여러 동물이 다양한 파장의 빛에 민감한 옵신 단백질을 갖게 되었습니다(Bowmaker 2008). 다시 말해, 네 가지 색 원추를 이용한 시각은 새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척추동물에게 원래부터 존재했던 고유한 특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유류는 이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중생대의 오랜 기간 동안 조상 포유류가 야행성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색을 구별하는 능력보다는 빛을 감지하는 감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당시 포유류 조상은 녹색(MWS)과 청색(SWS2)에 민감한 옵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의 포유류 대부분은 색각이 매우 제한적이며, 특히 자외선과 같은 파장은 전혀 감지하지 못합니다.
사람도 이러한 제한적인 색각을 가진 포유류의 일종입니다. 다만, 진화 과정에서 한 가지 예외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구세계 원숭이와 유인원의 조상에서 X 염색체에 있던 옵신 유전자가 복제되어, 하나는 빨강에, 다른 하나는 녹색에 민감하게 기능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본래 존재하던 파랑 감지 옵신이 더해지면서, 인간은 빨강, 초록, 파랑의 3색 시각 체계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체계는 본래 4색 시각에서 일부가 사라지고 일부가 전환된 결과입니다. 특히, 원래 자외선에 민감했던 SWS1 옵신은 더 긴 파장인 보라색~파란색 영역에 민감하도록 바뀌어, 인간은 자외선을 감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3색 시각은 새의 4색 시각에 비하면 제한적이고 단순화된 체계입니다.
Color Space
새의 망막에는 네 가지 색 원추세포가 있으며, 각각은 빨강(LWS), 초록(MWS), 파랑(SWS2), 자외선(SWS1)에 민감합니다. 이 네 가지 세포는 각각 다른 파장의 빛을 감지하고, 그 감지된 정보는 시각 환경에서 색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처럼 새는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네 번째 원추세포(SWS1)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전혀 경험할 수 없는 혼합 자외선 색, 예컨대 자외선-녹색이나 자외선-노랑, 혹은 자외선-빨강 등의 복합적인 색조까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새의 색 인식을 3차원의 사면체 색 공간으로 나타냅니다(Goldsmith 1990, Stoddard and Prum 2008). 이 색 공간에서 중심은 흰색이나 회색에 해당하고, 네 개의 꼭짓점은 각각 빨강, 초록, 파랑, 자외선 원추의 순수 자극을 의미합니다. 이 사면체 안의 모든 점은 새가 인식할 수 있는 한 가지 색을 나타냅니다. 색조는 중심에서 각 꼭짓점 방향으로의 각도로, 채도는 중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로 설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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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람이 2차원 평면 위에서 색을 인식한다면, 새는 네 가지 색 신호의 상대적 조합으로 이루어진 입체적 색 공간을 통해 훨씬 더 정교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색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에게 단순히 초록빛으로 보이는 박새의 등도 자외선 반사 성분이 더해져 새들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색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자외선 영역에서 강한 반사를 보이는 블루스로트(Bluethroat)의 인후 깃털은 짝짓기에서 중요한 시각 신호로 작용하며, 실험 결과 자외선 차단 처리를 한 수컷은 짝 유인 성공률이 낮아졌습니다. 또한 찌르레기는 자외선을 반사하는 피부를 가진 새끼에게 더 많은 먹이를 제공하고, 붉은날개직박구리는 자외선 반사율이 높은 가막살나무 열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조롱이는 자외선을 이용해 들쥐가 남긴 소변과 배설물이 반사하는 빛을 추적하며, 초원 위에서 그 자취를 따라 먹이를 찾습니다.
이처럼 새가 자외선을 감지하고 인식하는 능력은 생태적·행동학적 결정에까지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새만 자외선을 볼 수 있을까요?
새들이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이유는 특수한 능력을 새롭게 진화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턱 있는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이 가지고 있던 시각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류, 양서류, 파충류도 대부분 네 가지 옵신 단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SWS1
옵신을 통해 자외선 파장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 해수어와 담수어는 자외선 빛을 이용해 먹이나 짝을 구분합니다.
- 도마뱀과 거북이도 자외선에 반응하는 시각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 개구리 같은 양서류에서도 자외선 감지 능력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반면, 포유류는 중생대 동안 오랜 시간 야행성으로 생활하면서 색각을 담당하는 일부 옵신 유전자를 잃게 되었고, 자외선 감지 능력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따라서 새만 자외선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가 오히려 예외적으로 퇴화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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