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깃털의 발생, Development of Feather

birdlife 2024. 7. 5. 20:31

깃털은 공룡도 가지고 있었지만 현생 생물만을 놓고 보았을 때 새 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입니다. 깃털은 보온, 방수, 구애, 비행, 포식자로부터 보호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목적 구조물입니다. 깃털에서 나오는 수려한 색깔과 무늬는 오랫동안 사람의 영감을 자극하고 감성을 고양시켜 왔습니다.  특히 탐조인들이 먼 곳 험한 곳 마다하지 않고 새를 찾아다니게 만드는 힘이 이 깃털이 가진 아름다움에서 나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깃털에 대해  모르는 부분들이 더 많습니다. 새를 동정하는 포인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깃털에 대한 학문, 깃털학 Plumology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배울 것이 많이 있습니다.  깃털이 어떻게 진화를 해 왔는지, 어떻게 그 아름다운 무늬들을 만들어 내는지 등 깃털에 대해 알아볼 여러 가지 주제 중에서 이 글은 깃털의 발생에 관한 글입니다.
 
발생학 공부의 어려움
발생학이란 세포 Cell 수준의 구조에서 하나의 완전한 기관 Organ으로 분화, 성장하는 과정을 기술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발생학은 배우기가 어려운 학문인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단어, 전문 용어를 먼저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상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처음 접할 때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과거에는 사전을 옆에 두고 찾아가며 공부를 했지만 지금은 검색이나 AI 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다지 큰 난관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능하면 전문용어를 피하고 써 보겠지만 불가피한 경우는 한글 영어 병기해서, 검색할 때 용이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더 큰 어려움을 주는 데 신체 구조는 3차원인데 반해 설명이나 그림은 2차원으로 기술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세포들이 분화, 성장, 발달해 나가며 시시각각 변하는 3차원적 구조로 분화할 때 2차원 설명인 그림과 설명으로는 그것을 따라잡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해가 될 때까지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깃털 발생을 공부하려 할 때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바로 깃털 발생이 우리 직관과 어긋나는 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깃털이 깃축Rachis와 깃가지 Barb, 작은 깃가지 Barbul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무가 자라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무줄기에서 가지가 나오고, 가지에서 잎이 나오는 것처럼 깃축-깃가지-작은 깃가지 순으로 자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반대입니다. 작은 깃가지가 모여 깃가지를 만들고 깃가지가 모여 깃축을 만듭니다.  나무는 끝 부분이 더 새롭지만 깃털을 더 오래된 것입니다. 언뜻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낭, Feather Follicle
깃털 발생은  피부에 있는  우낭 Feather Follicle이라는 특수한 구조물에서 시작이 됩니다. 우낭을 흔히 말하는 '닭살'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알 Egg 속 배아 Embryo에서 이 우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좀 더 미세적인 관점에서 기술해 보겠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새의 피부는 두 층으로 이루어집니다. 바깥에 있는 표피 Epidermis와 그 아래에 있는 진피 Dermis입니다. (Epi는... 위에 있다는 의미를 가지는 라틴어입니다.) 표피는 여러 층으로 되어 있고, 성장함에 따라 바깥쪽이 죽은 조직으로 바뀌고  케라틴으로 덮이게 됩니다. 진피는 이 표피의 아래층에 영양분과 성장 자극 신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먼저 표피 세포 일부가 뭉치며 두꺼워져 Placode를 형성하고 이 Placode 쪽으로 진피핵 Dermal Core가 밀고 올라오면서 작은 깃털 봉오리 Feather Papilla를 만듭니다. 그 후 깃털 봉오리 외연에 있는 표피세포들이 급속 성장하면서 진피 쪽을 아래로 파고듭니다. (아래 그림의 Zone of growth) 표피가  더욱 안으로 파고들면  이중 벽을 형성하는데 내벽은 진피핵을 둘러싸고 외벽은 피부표면과 연결이 됩니다. (아래 그림 B) 이 전체 구조를 우낭이라 합니다. 우낭의 기저부 Base는 표피가 뒤집히는 곳인데 여기 있는 원형의 표피들을 특히 표피관 Epidermal Collar이라 하며 바로 이곳에서 깃털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아래 그림 C)
표피관 내의 케라틴 세포는 빠르게 증식하고 케라틴이 가득한 세포로 변형이 되는데 이 케라틴이 깃털이 됩니다. 개별 깃털 성장이 끝나면 휴면 상태가 되었다가 새로운 깃털을 생성할 시간이 되면 과정을 재개합니다. 동일한 우낭은 한 가지 깃털 형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애 동안 여러 종류의 깃털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직관에 반하는 깃털 발생
우낭 해부학의 두 가지 측면이 깃털 발달을 다소 직관에 반하게 만드는데 첫 번째는 깃털 우낭은 둥근 관 모양인데 비해 어떻게 완성된 깃털은 평평한 모양이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비유를 들어 이 문제를 풀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낭 내에서 자라는 깃털이 빨대 모양, 빈 원기둥 형태로 피부 밖으로 밀려 나온다고 생각해 봅시다. 빨대를 한 쪽면을 따라 갈라서 펼치면 길고 평평하지만 한 면으로 오목한 구조가 됩니다. 깃털도 바깥 가장자리가 서로 맞닿은 채로 말려서 원형으로 자라다가 깃털을 둘러싼 케라틴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서 펼쳐지게 됩니다. 이런 펼침 과정이 초기 원기둥 모양에서 평평한 평태로 나오는 원리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발생학 공부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언급한 적 있는데, 피부 표면에 고정되어 있는 우낭이 어떻게 복잡한 깃가지를 가지는 깃털을 위에서 아래로(바깥쪽 끝에서 기저부로) 역방향 성장하게 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즉, 깃축-깃가지-작은 깃가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깃털은 바깥쪽 끝이 작은 깃가지가 먼저 발달하고 나타납니다. 깃털 가지 구조는 원통형 우낭 내부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장 가는 성장 섬유가  이동하거나 움직이면서 더 큰 섬유로 융합되면서 형성됩니다. 마치 작은 하천이 큰 강으로 합쳐지는 것과 유사합니다.  아래 그림과 링크된 영상이 이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펜 모양깃털의 발달. placoder가 자라기 시작한다 (A) 깃가지 융기Barb ridge가 시작되고 (B). 깃껍질 내부에서, 등쪽 깃가지 융기Barb ridge가 계속해서 아래로 자란다 (C, D)결국 placode 기저부 주변의 표피관과 만나게 됩니다. 성장하는 깃털의 배쪽 기저부는 또 다른 깃가지 융기를 만든다. (E, F), 나선 모양의 성장으로 인해 아직 깃껍질이 있는 깃털 중앙에서 깃축 융기Rachis ridge가 형성됩니다.(G, H, I). 깃껍질이 약화되고 (J), 깃털의 깃가지Barb가 완전히 펼쳐진다(K, L).

 
위 그림을 아래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Pennaceous feather development

 
 
 
이 두 가지 어려움을 염두에 두고 - 깃털은 긴 축을 따라 펼쳐지는 얇은 벽을 가진 빨대처럼 자라며, 가지 구조는 가는 섬유의 복잡한 융합에 의해 생성된다-는 일반 펜깃 모양의 깃털의 발달을 더 미세한 수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1. Ornithology 4th, Gill and Prum, W.H.Freeman and Compamy.
출처 2. Handbook of Bird Biology 3rd. The Cornell Lab of Ornithology, W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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