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변신술을 써서 재두루미로 둔갑한 이랑진군이 목을 길게 뽑아 집게 같은 부리로 물뱀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물뱀은 펄쩍 뛰어오르더니 이번에는 또 얼룩 들기러기로 변해 가지고 시침을 뚝 떼고 수초 우거진 물가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그 꼴을 보고 이랑진군은 역겨운 생각이 들었다. 고약한 원숭이 녀석! 어디 변신할 것이 없어 들기러기로 둔갑한단 말인가? 그놈의 새는 날짐승 가운데에서도 가장 천박하고 음탕한 놈이라, 난새, 봉황새와 교미할 뿐 아니라, 하다못해 새매나 까마귀 따위하고도 닥치는 대로 흘레붙는 천한 것이다. 이렇게 더러운 놈한테 내가 어떻게 손을 댈 수 있겠는가? 이래서 그는 멀찌감치 떨어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탄궁을 집어들기가 무섭게 있는 힘껏 시위를 당겨 “씽!” 하고 한 발 쏘았다.
“아이쿠!”
탄환은 들기러기의 발꿈치에 정통으로 들어맞았다.
서유기 1권, 제 6장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문학과 지성사
청둥오리의 강제 교미는 유명합니다. 구글 검색으로 'mallard forced copulation'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증언과 사진, 논문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 행위는 오래 전부터 관찰되어 온 것 같은데 위에서 인용한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도 '들기러기'의 흘레붙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청둥오리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많은 오리류에서 이런 행위를 볼 수 있는데 어떤 논문에서는 오리류 39 종에서 관찰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강제 교미는 같은 종, 다른 종 구분없이 심지어는 다른 속에 속한 오리류에 까지 넓은 범위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What are these wood ducks doing?... Oh my....
byu/mrmat127 inbirding
프럼(Prum)은 "강제 교미는 많은 오리 종에서 널리 퍼져 있다"고 썼다. 이러한 강제 교미는 사회적으로 조직된 "집단 강간"으로, "폭력적이고, 추악하며, 위험하고 심지어 치명적"이며, 때때로 암컷의 죽음으로 끝나기도 한다. Forced copulations are “pervasively common in many species of ducks,” writes Prum. These are socially organized “gang rapes” that are “violent, ugly, dangerous and even deadly” and even sometimes end in the death of the female.
출처 뉴욕포스트 https://nypost.com/2017/05/06/dont-be-fooled-ducks-are-sadistic-raping-monsters/
강제 교미, Forced Copulation
위의 사진처럼 여러마리의 청둥오리가 경쟁적으로 암컷을 쫓아다니며 교미를 시도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를 거절할 경우는 암컷은 익사같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암컷은 교미를 허락합니다. 하지만 이런 강압에 의한 교미는 모두 성공적인 알의 생산으로 이어질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리류는 언뜻 보기에 Penis처럼 보이는 Cloacal Phallus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배설강Cloaca의 한 쪽 벽이 늘어난 것으로 포유류의 것과는 다름니다. 수컷의 phallus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데 암컷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질을 가지는 쪽으로 진화를 했습니다. 따라서 암컷의 협조없이는 정상적인 교미가 되지 않는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배설강 안쪽으로 출구가 없는 주머니 모양 구조물 Blind sac들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정자를 담았다가 배출해 버리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암컷은 이런 강제 교미 상황에서 다른 수컷 특히 우두머리 수컷에게 개입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냅니다.
비록 암컷의 배설강 형태의 진화를 촉진했다 하더라도 이 강제 교미 행위로 수컷이 얻는 잇점이 있기 때문에 이 습성은 유전자 풀에서 제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오리류에서 흔히 보이는 교잡종은 바로 이런 강제 교미행위를 통해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출처 1. Handbook of Bird Biology 3rd. The Cornell Lab of Ornithology, Wiley.
출처 2. Coevolution of Male and Female Genital Morphology in Waterfowl
출처 3. Forced Copulation in Waterfowl
출처 4. interspcific forced copulations generates mostly hybrids in broadly sympatric ducks
출처 5. A cry for help: female distress callling during copulation is context dep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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