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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胞의 크기, Clutch Size

birdlife 2024. 6. 21. 11:50

한 마리 새가 세상에 태어나기까지는 정교하고도 경이로운 생리적 과정을 거칩니다. 이 시리즈는 호르몬의 작용에서부터 교미, 수정, 알의 형성과 배아 발달, 그리고 부화에 이르기까지 새 생명의 여정을 시간 순으로 따라갑니다. 아래 목록을 따라가며, 생명의 시작을 함께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새가 알을 몇 개 낳는지를 관찰하면서 종종 "많이 낳으면 좋은 것 아닌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류학에서는 ‘한 배의 크기(clutch size)’, 즉 한 번에 낳는 알의 수를 단지 숫자로만 보지 않습니다. 이 수치는 새가 살아가는 전략 전체를 함축하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한 배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는 단순히 먹이의 양이나 에너지 여건뿐 아니라, 칼슘 같은 미네랄 자원의 가용성, 암컷의 체중 증가나 호르몬 변화에 따른 비행 능력 저하, 포식 회피 능력의 손실 같은 보이지 않는 생리적 부담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즉, 알을 많이 낳는 것이 언제나 유리한 선택은 아닙니다. 생태학과 생리학, 그리고 진화학의 입장에서 보면, 새가 몇 개의 알을 낳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자손을 최대한 많이 남기려는 본능과 현재 자신의 생존을 지키려는 전략 사이의 절묘한 균형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이처럼 ‘한 배의 크기’는 그 종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번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생명 전략의 일부입니다.

조류는 이 연구를 위한 최적의 모델입니다. 대부분 종에서 알이 외부로 드러나 있고 개수도 분명하기 때문에, 생리적 비용과 환경 요인이 어떻게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배의 크기에 관한 주제는 조류학 교과서에서도 반드시 다뤄지는 핵심 개념이며, 나아가 생명과학 전반에서 ‘생애사 전략(life-history strategy)’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 글에서는 새들이 알을 몇 개 낳는지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들, 즉 에너지 소비와 영양소 공급, 자원 확보 방식의 차이, 그리고 번식에 따르는 생리적 변화까지 차근차근 살펴보려 합니다. 단순한 숫자 너머에 숨겨진, 새들의 정교하고도 절박한 번식 전략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1. 알 생산에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

일반적으로 알에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은 종마다 다릅니다. 참새류는 알 1그램당 약 4.2킬로줄, 지방이 풍부한 물새의 경우는 8.4킬로줄에 이릅니다. 하지만 암컷이 먹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알로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전달 효율은 약 20%에 불과하여, 예를 들어 1킬로줄의 에너지를 알에 전달하려면 약 5킬로줄의 먹이를 섭취해야 합니다. 참새류의 경우 알 생산에 소요되는 일일 에너지는 기초 대사율의 45-60%에 이르며, 도요류나 닭과 같은 종은 80-130%, 물오리류는 무려 200%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Carey 1996). 알 생산 비용을 정확히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Williams 2005), 그 비용이 상당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알 생산에는 단백질, 칼륨, 칼슘과 같은 미네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면 알 생산은 제한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과일이나 씨앗을 주로 먹는 종에서 뚜렷이 나타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암컷에게 단백질을 추가 공급하면 많은 종에서 알 크기나 클러치 크기, 혹은 둘 다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칼슘은 알껍질 형성에 결정적인 요소로, 그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알을 형성하는 과정 가운데 가장 큰 비용은 노른자가 만들어질 때 발생합니다. 알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알의 생성 과정이 겹치게 되면 에너지 소모가 크게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피오르드랜드펭귄에서는 산란을 앞둔 시기에 첫 번째 알에는 흰자(Albumen)가 추가되고, 동시에 두 번째 알에는 마지막 노른자가 형성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처럼 두 개의 알이 서로 다른 단계로 발달하면서 동시에 자원을 요구하게 되면, 하루 동안의 에너지 소비는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2. 자원 확보 방식에 따른 번식 전략

알 생산에 필요한 자원은 몸에 저장된 예비 자원에서 올 수도 있고, 산란 기간 중에 먹은 먹이에서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들은 자본 번식자(capital breeder)와 수입 번식자(income breeder)로 구분됩니다. 자본 번식자는 산란 전에 몸속에 에너지와 영양소를 축적해 두고, 이를 사용해 알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원앙(Wood Duck)은 약 12개의 크고 영양가 높은 알을 낳으며, 이때 드는 총 대사 비용은 약 6,000킬로줄에 이릅니다(Drobney 1980). 이 중 88%는 암컷이 미리 축적한 지방에서 공급되며, 단백질은 산란 기간 중 먹은 무척추동물로부터 얻습니다.

수입 번식자는 반대로 저장 자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산란 중에 섭취한 자원을 즉각 활용해 알을 생산합니다. 북극 도요류는 먼 거리를 이동해 북극 툰드라에서 번식하는 철새입니다. 과거 조류학자들은 이 새가 번식지로 향하는 도중, 중간 기착지에서 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미리 몸에 저장해 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탄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알과 갓 부화한 새끼의 조직에서 검출된 탄소의 조성은 북극 툰드라에서 자라는 식물과 일치했으며, 이는 곧 이들이 번식지에 도착한 이후, 현지에서 직접 섭취한 먹이로 알을 만들고 새끼를 키운다는 뜻입니다. 이 발견은 북극 도요류가 저장된 자원을 사용하는 대신, 현장에서 섭취한 자원을 번식에 활용함을 보여주며, 번식 성공이 중간 기착지보다 최종 번식지의 생태적 조건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알껍질 형성에 필수적인 칼슘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암컷은 자신의 뼈 조직에서 칼슘을 일부 가져다 쓰기도 하지만, 산란기 동안에는 먹이를 통해 추가로 보충합니다. 대표적인 칼슘 공급원은 숲 바닥에 있는 설치류의 뼈, 달팽이, 등각류, 노래기 등입니다(Bure and Weldinger 2003). 하지만 산성비는 낙엽에 포함된 칼슘을 녹여 없애기 때문에, 이 칼슘을 먹고 자라는 육상 달팽이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이는 곧 숲 속 새들의 번식력 저하로 이어집니다(Graveland et al. 1994). 이러한 생태계 변화는 알껍질이 얇아지거나 알 부피가 줄어드는 문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칼슘을 보충해주면 알껍질 두께, 부피, 번식 시기, 새끼 건강이 모두 개선되어 번식 성공률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Mänd et al. 2000).


3. 생리적 변화와 생존 전략의 균형

알 생산에는 에너지나 자원뿐 아니라, 생리적 변화로 인한 비자원 기반 비용도 존재합니다. 산란기 동안 암컷은 체중이 증가하고 가슴 근육이 줄어들어 비행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는 포식자를 피할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푸른박새(Blue Tit) 암컷은 산란기 동안 체중이 14% 증가하고, 비행 속도는 알 부화 이후보다 20% 느려집니다. 반면 수컷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없습니다(Kullberg et al. 2002).

또한 이 시기에는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상승하는데, 이 호르몬은 적혈구 생성을 억제하여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리고, 유산소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Williams 2005). 더불어 번식 호르몬은 면역력, 기관 크기, 혈관 및 신경 보호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칩니다. 과도한 번식 투자는 단기적인 번식 성공을 높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개체의 건강과 생존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개체는 번식 시기의 투자를 줄이고, 그로 인해 얻는 생리적 안정성과 장수를 통해 평생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단기적 번식 이익과 장기적 생존 비용 사이의 균형은, 조류의 생애사 전략을 연구하는 데 있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어

한 배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알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드는 에너지와 자원의 양입니다.
둘째, 그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 저장해 둘 것인가, 그때그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입니다.
셋째, 산란에 따른 생리적 변화와 생존 부담입니다. 체중 증가, 비행 능력 저하, 호르몬 변화는 단기적 번식 성공을 추구할수록 커지는 대가입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종마다 다르게 작동하고, 해마다 달라지는 환경 조건에 따라 새는 그 해의 최적 클러치 크기를 결정합니다.

“왜 하필 그 수인가?”

조류학은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생명의 에너지 예산과 생존 확률, 그리고 자손에게 남길 투자 사이의 균형을 탐구합니다. 어떤 종은 적게 낳고 오래 돌보며, 어떤 종은 많이 낳되 생존 가능성에 맡깁니다. 모두 각자의 환경에서 가장 적절한 전략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클러치 사이즈는 그래서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삶의 선택 그 자체입니다.
오늘날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서식지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지금, 이 숫자에 담긴 선택은 더 이상 과거 그대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새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그해의 조건에 적응하겠지만, 우리는 그 선택이 가능하도록 할 환경의 틀을 유지할 책임이 있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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