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깃털갈이
다른 목目의 새들과는 약간 다르게 오리들은 번식기 前년, 가을과 초겨울에 짝을 선택합니다. 번식하는 해 늦봄과 초 여름에 짝을 찾는 다른 새들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오리는 해를 넘기는 긴 연애 결혼을 하는 것이고, 다른 새들은 짧은 맛선을 보아 결혼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컷이 많은 오리 집단에서 일찍 짝을 선택하는 것은 수컷에게도 유리하며, 암컷도 그 수컷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유리합니다. 가을에 시작된 관계는 겨울철 따뜻한 곳으로 이동 후에도 계속 유지되며 봄철 번식지로 이동할 때까지 끈끈하게 남아 있게 됩니다. 이른 시기에 짝을 선택하는 습성 때문에 오리의 깃털갈이 역시 일반적으로 보는 새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봄과 여름에 이어지는 번식과 양육이 완료되면 곧바로 기본깃으로 깃털갈이를 시작합니다. 수컷은 암컷이 새끼를 키우는 동안에 깃털갈이가 시작하고 암컷은 양육이 끝난 후에 시작합니다. 수컷 기본깃은 화려함 대신에 암컷과 유사한 칙칙한 깃털로 바뀌는 극적인 변화가 오며 이 기본깃을 Eclipse plumage라고도 합니다. 일식 혹은 월식처럼 짧은 시간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컷 청둥오리는 잠시 동안 상징적인 녹색 머리 깃털을 잃고 노란색과 검은색 끝이 있는 부리와 같은 일부 남성적인 특징을 제외하고는 암컷 청둥오리처럼 보입니다. 이 동안 모든 비행깃을 순차적이 아니라 한꺼번에 교체하기 때문에 약 30-45일은 날 수가 없습니다. 아주 위험한 시기이므로 포식자로부터 숨을 수 있는 초목이 울창하고 물이 많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수 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양에선 사냥감으로 자주 희생되는 오리, 기러기, 뇌조, 꿩등을 Game bird라고 통칭하는데,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깃털갈이 동안 날지 못하는 오리, Lame Duck을 사냥하는 것은 비 스포츠적인 행위로 보고 자제한다고 합니다.
기본깃으로 깃털갈이를 한 직후 수 주 이내에 다시 대체깃(번식깃)으로 깃털갈이를 합니다. 이 기간동안 몸깃 일부가 대체되는 데 우리에게 익숙한 청둥오리 녹색머리 깃털을 얻게 됩니다. 이 대체깃이 우리가 겨울철에 보는 오리류들의 특징적인 깃털입니다. 이때가 보통 10월이나 11월 초로 대체깃은 암컷 짝을 유인하고 쌍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사용됩니다.
우리나라는 오리의 번식지가 아니라 월동지이기 때문에 이런 깃털갈이나 Lame Duck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흰뺨검둥오리 중 많은 수가 텃새화 되고 있어 어쩌면 이들을 늦여름 혹은 가을철에 만나게 된다면 Eclipse Plumage나 레임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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