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변신술을 써서 재두루미로 둔갑한 이랑진군이 목을 길게 뽑아 집게 같은 부리로 물뱀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물뱀은 펄쩍 뛰어오르더니 이번에는 또 얼룩 들기러기로 변해 가지고 시침을 뚝 떼고 수초 우거진 물가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그 꼴을 보고 이랑진군은 역겨운 생각이 들었다. 고약한 원숭이 녀석! 어디 변신할 것이 없어 들기러기로 둔갑한단 말인가? 그놈의 새는 날짐승 가운데에서도 가장 천박하고 음탕한 놈이라, 난새, 봉황새와 교미할 뿐 아니라, 하다못해 새매나 까마귀 따위하고도 닥치는 대로 흘레붙는 천한 것이다. 이렇게 더러운 놈한테 내가 어떻게 손을 댈 수 있겠는가? 이래서 그는 멀찌감치 떨어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탄궁을 집어들기가 무섭게 있는 힘껏 시위를 당겨 “씽!” 하고 한 발 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