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임진왜란 때 중국 사람 황백룡을 만났다. 그가 유몽인에게 조선 사람은 몇 가지 경서를 공부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삼경 또는 사경을 읽지요. 심지어는 제비나 개구리, 꾀꼬리도 경서 하나쯤은 읽을 줄 압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제비는 『논어』를 읽을 줄 안답니다. 그래서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시지야是知也’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니라”라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소리대로 빨리 읽으면 마치 지지배배 하고 조잘대는 제비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에 한 말이다.
새 문화사전, 정민 지음, 글항아리
제비는 날아다니는 곤충을 먹고 산다. 딱정벌레, 꿀벌, 말벌, 개미, 잠자리, 나방 등이 먹이에 해당하며, 제비 역시 날아다니면서 벌레를 잡는 데 이를 공중 먹이사냥 Aerial foraging이라고 한다. 제비는 먹이를 잡기 위해 지속적이며 쉬지 않고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탐색, 탐지, 추격, 포획을 수행하는 능동적 추격 포식자이기 때문에 다른 명금류 새와는 다른 시각 시스템을 진화시켜 왔다. 제비는 측면과 전방을 잘 볼 수 있는 이중 중심와 망막을 가지고 있으며, 공간 해상도를 향상시키는 비정상적으로 긴 눈, 큰 후방 맹점 영역, 그리고 좁은 양안 시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주행성 맹금류인 매나 수리류와 비슷한 시각 구성이다.
한마디로 제비는 매의 눈을 가졌다.
다른 글에서 같은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그룹끼리 짝짓기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새들에게도 지역색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러면 같은 종이라도 유행하는 패션이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1988년, Anders Mollerrk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유럽에 있는 제비 암컷은 수컷의 꼬리 길이에 강한 성선택 압력을 받아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의 교미 비율이 높았다. (그림 B) 긴 꼬리가 비행에 불리할 정도로 커졌지만 암컷의 시선은 긴 꼬리에 사로잡혔다. 북미는 사정이 달랐는데 북미에서는 컬러가 유행이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앞가슴 깃털을 가진 수컷이 북미 암컷 제비들의 로망이었다.(그림 A) 이스라엘 제비는 또 달랐는데 이들은 긴 꼬리뿐 아니라 짙은 색 깃털을 모두 선호하는 것으로 보였다.(그림 C) 지역에 따라 유행하는 패션, 성선택 압력이 다르다는 것을 제비 연구를 통해 보여 준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제비들은 어떤 성선택 압력에 직면해 있을까?
출처 1. Handbook of Bird Biology, The Cornell Lab of Ornithology, Wi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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