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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청각, Ear and Audity

birdlife 2024. 5. 31. 14:23

우리는 흔히 새를 '잘 나는 동물'로 기억하지만, 그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단지 날개와 깃털만이 아닙니다. 공중에서 균형을 잡고, 먹이를 정확히 찾아내며, 소리와 빛, 공기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은 모두 새가 가진 정교한 감각 체계에서 비롯됩니다. 이 연속된 글에서는 새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그 감각을 비행과 생존에 활용하는지를 하나씩 살펴보려 합니다.

  • 시각: 색을 보고 거리와 속도를 판단하며, 일부는 자외선까지 감지하는 새들의 눈. 인간의 시각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바로가기
  • 청각: 숲속에서 미세한 소리를 포착하고, 방향을 판단해 사냥까지 해내는 새의 귀는 포유류와는 다른 구조를 가집니다. 바로가기
  • 후각과 미각: '새는 냄새를 못 맡는다'는 통념을 깨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의 감각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풍부합니다. 바로가기
  • 균형과 촉각: 비행 중 자세를 조정하고, 보이지 않는 먹이를 부리 끝으로 감지하는 능력. 반고리관과 피부 감각 기관의 작용을 소개합니다. 바로가기

이 글들을 통해 새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읽고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감각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두껍게 눈이 쌓인 겨울 숲. 나뭇가지 위에 앉은 헛간올빼미는 숨죽인 채 주위를 살핍니다.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듯 고개를 천천히 이리저리 돌리더니, 갑자기 날개를 펼치고 조용히 미끄러지듯 날아오릅니다. 눈 아래 숨어 있던 들쥐를 향해 정확히 내려꽂히는 순간—소리만으로 사냥에 성공한 이 장면은 우리나라 자연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다큐멘터리나 영상 속에서 접한 분들은 많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귀가 보이지 않는 새들이 어떻게 이런 정밀한 청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새의 청각 구조와 그 놀라운 기능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귀의 구조Ear Structure
  • 청각능력 Hearing Abillity
  • 소리로 방향 정하기Orienting by Sound

 

귀의 구조Ear Structure

조류의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포유류와 기본 구조는 비슷합니다. 그러나 그 생김새와 기능은 매우 다릅니다. 우선, 새는 사람처럼 돌출된 귓바퀴가 없습니다. 대신, 눈 뒤쪽에 작고 깃털로 덮인 구멍이 외이 역할을 합니다. 이 구멍을 덮는 특수한 깃털은 비행 중 난기류를 차단하면서도 음파가 귀로 잘 들어오게 돕습니다.

중이에는 포유류의 세 개의 청소골 대신 단 하나의 뼈인 ‘등골(columella)’만 존재합니다. 이 등골은 고막의 진동을 내이로 전달하며, 내이의 ‘달팽이관’에서는 유모세포가 진동을 감지해 청각 정보를 신경으로 전달합니다. 구조는 간단하지만, 기능적으로는 포유류 못지않게 정밀합니다.

특히 야행성 조류는 이 구조를 더욱 특화시켰습니다. 올빼미류는 귀 구멍의 위치가 좌우 비대칭으로 되어 있어 소리의 방향을 더욱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얼굴의 깃털 구조는 마치 음향을 모으는 접시처럼 작용해 청각 능력을 극대화합니다. 헛간올빼미처럼 청각에 의존하는 종은 청각 중추도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청각능력 Hearing Abillity

새들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범위의 주파수, 보통 1~5kHz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 범위 내에서는 인간도 매우 뛰어난 청력을 갖고 있어, 단순한 감지 민감도만 보면 대부분의 새는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청각의 진짜 차이는 ‘얼마나 세밀하게 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가’, 즉 시간과 주파수의 분해력에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참새목(Songbirds)처럼 복잡한 노래를 부르는 새들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는 소리도 뚜렷이 구별해냅니다. 인간은 1020밀리초 이상 지속되는 음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감지하는 반면, 많은 새들은 12밀리초 단위의 차이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같은 음 높이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리듬과 억양의 차이도 정확히 알아듣습니다.

이러한 분해능은 새들끼리의 의사소통에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복잡한 구애음이나 경고음을 사용하는 종에서는, 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개체 식별이나 의도 파악까지 가능해집니다. 또한 소리의 강도, 주기, 변조 속도 등의 미묘한 변화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보다 앞선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항목                        사람                              참새목 새
주요 청각 범위 20Hz ~ 20kHz 1kHz ~ 5kHz에 민감
시간 분해력 약 10ms 이상 1~2ms도 감지 가능
초저주파 감지 일부 민감 비둘기 등 일부 조류는 탁월
초음파 감지 불가 불가 (공통점)
주파수 분해력 양호 매우 정밀 (노랫새 기준)

 

소리로 방향 정하기Orienting by Sound

사람은 두 귀에 도달하는 소리의 미세한 시간차와 강도 차이를 비교해 소리의 방향을 가늠합니다. 하지만 이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수평면에서는 비교적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지만 수직 방향의 소리는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반면 올빼미는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먹이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이들은 수평면뿐 아니라 수직면에서도 1도 이내의 오차로 소리의 방향을 잡을 수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눈 속 쥐까지 소리만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좌우가 비대칭적으로 배치된 귀 구조와, 음파를 모으는 깃털 배열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헛간올빼미는 얼굴 양쪽의 깃털 구조(‘러프’)가 한쪽은 위를, 다른 한쪽은 아래를 향하고 있어, 위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각각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고개를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의 균형이 달라지므로, 먹이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조류는 에코로케이션(반향 정위)을 사용해 어두운 공간을 탐색하기도 합니다. 동굴에 서식하는 칼새나 밤새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2~15kHz)의 짧고 날카로운 클릭음을 내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소리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거나 방향을 정합니다. 이 방식은 박쥐의 초음파 소나보다 정밀도는 낮지만, 어두운 환경에서 날아다니기에 충분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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