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동네 - 새에 관한 이야기
새는 자기력선을 본다 - 자기 수용 감각 본문
앞선 글에서는 새의 눈이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눈 속에서, 빛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정보인 지구 자기장을 함께 읽어내는 감각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매년 수천에서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철새들이 구름 낀 밤하늘 아래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자기수용 감각입니다. 이 글에서는 새가 지구 자기장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그리고 그 답을 찾아온 과학자들의 시행착오를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지구 자기장이라는 지도
중력과 기압이 새에게 수직 공간에 대한 정보를 주듯, 지구의 자기장은 수평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자기장의 세기와, 자기장이 지표면에 대해 기울어진 각도인 복각(dip angle)은 위도에 따라 규칙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새는 이 두 가지 정보만으로도 지리적인 위치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단서를 얻습니다. 문제는 새가 실제로 이 자기장을 어떻게 감지하고 '읽어내는지'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는 점입니다.
회의론을 설득하기까지 — 실험의 역사
새가 자기장을 항법에 이용한다는 가설은 처음부터 순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947년 자석이 비둘기의 귀소 능력을 방해한다는 초기 보고(Yeagley 1947)가 나왔지만,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결과를 재현하지 못하면서 신뢰를 잃었습니다. 흐름을 바꾼 것은 1965년 프리드리히 메르켈과 볼프강 빌치코의 실험이었습니다. 이들은 사육하던 유럽울새(European Robin)를 천체의 단서를 전혀 볼 수 없는, 자기장만 통제된 단단한 강철 케이지 안에 두었는데도 울새들이 여전히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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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의 자기감각 — 서로 다른 임무를 위한 두 개의 수용체
원문: Wiltschko, W. & Wiltschko, R. (2007). Magnetoreception in birds: two receptors for two different tasks. Journal of Ornithology, 148(Suppl 1), S61–S76.DOI: 10.1007/s10336-007-0233-2이 논문은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의 볼프강 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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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 윌리엄 키튼은 자유롭게 나는 귀소 비둘기에게 막대자석을 붙이면 흐린 날 방향을 잘 잡지 못하는 반면, 자성이 없는 황동 막대를 붙인 대조군 비둘기는 대체로 정상적으로 방향을 잡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회의론자들을 마지막으로 설득한 실험은 1974년 찰스 월콧과 로버트 그린이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귀소 비둘기의 머리에 헬름홀츠 코일이 내장된 전기 모자를 씌워 인공적으로 자기장을 만들어냈는데, 흐린 하늘 아래에서 전류의 방향을 바꿔 자기장의 방향을 뒤집자, 자유롭게 날던 비둘기들도 그에 맞춰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이 세 단계의 실험은 새가 실제로 자기장을 감지해 행동에 반영한다는 사실을 점진적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입증했습니다.
부리 속 자철석이라는 오답
자기장을 감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다음 질문은 '어디에서' 감지하느냐였습니다. 처음에는 새의 윗부리에서 자성을 띤 산화철 성분인 자철석이 발견되면서 이것이 정답처럼 보였습니다(Winklhofer et al. 2001; Davila et al. 2003; Mora et al. 2004). 부리로 연결되는 삼차신경 안분지의 수용체가 자기장 세기나 지형 변화의 아주 작은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는 새가 목표 지점에 대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는 '지도' 역할을 하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동안 정설로 자리 잡았던 것이 부리-눈 이원론입니다. 즉 윗부리와 삼차신경의 자철석이 지도 위 위치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눈의 광색소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시스템을 각각 맡아 두 가지 감각이 함께 작동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Beason 2005). 그러나 2012년 발표된 한 연구는 이 정설을 뒤집었습니다. 부리에서 발견된 자철석 입자는 새 자신의 감각 수용체가 아니라, 철 화합물을 삼킨 대식세포(백혈구의 일종) 속에 들어 있던 외부 물질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Treiber et al. 2012). 부리의 자철석 가설은 이렇게 폐기되었고, 남은 유력한 후보는 망막의 자기 수용체였습니다(Qin et al. 2016).
[심화] 크립토크롬과 양자스핀 — 눈으로 '보는' 나침반
현재 가장 유력한 메커니즘은 새의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라는 광색소 단백질입니다. 빛의 스펙트럼 중 파란색·청록색 파장이 이 크립토크롬 분자와 상호작용하면 분자 안의 전자 하나가 들뜬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들뜬 전자가 다시 안정된 짝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걸리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주변 자기장이 전자의 양자역학적 스핀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세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Wiltschko and Wiltschko 2009).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반응 패턴이 망막 위에 시각적인 무늬처럼 겹쳐져, 새는 이를 마치 하늘의 밝기 차이를 보듯 '나침반 방향'으로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가설입니다. 다만 이 메커니즘은 여전히 활발히 검증되고 있는 단계로, 모든 세부 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내이(속귀) 또한 자기 감각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간 기억과 방향 감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신경세포, 그리고 뇌간의 뉴런 역시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Wu and Dickman 2011; Winklhofer 2012). 특히 속귀의 라고나라는 부위에는 자성을 띤 철 화합물이 방향 선택적인 수용체 세포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 라고나를 제거하면 비둘기의 귀소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자기수용은 눈 하나만의 일이 아니라, 눈·속귀·뇌가 함께 관여하는 복합적인 감각 체계로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정확합니다.
실제 이동에서 드러나는 자기 나침반
이 감각이 실제로 얼마나 정교하게 쓰이는지는 몇몇 종의 관찰에서 잘 드러납니다. 9년생 암컷 볼티모어참새사촌(Bobolink) 한 마리는 해마다 왕복 약 2만 킬로미터를 이동했는데, 이는 적도를 기준으로 한 지구 둘레의 4.5배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Martin and Gavin 1995). 유라시아 북극권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요새인 목도리도요(Ruff)는 수컷과 암컷이 지자기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첫 가을 이동 중 지자기 교란이 큰 시기에는 암컷보다 수컷이 경로에서 더 크게 벗어나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Rakhimberdiev et al. 2014). 성별에 따라 같은 감각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은, 자기수용이 단순히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종과 개체에 따라 정교하게 조율되는 능력임을 보여줍니다.
맺음말
새의 눈은 빛을 모아 상을 맺는 기관인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나침반이기도 합니다. 이 감각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에는 수십 년에 걸친 실험과, 한때 정설이었던 가설을 뒤집는 반증까지 필요했습니다. 크립토크롬을 통한 양자역학적 메커니즘은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지만,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매년 대륙을 넘나드는 철새들의 정확한 항법은, 여전히 과학이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신비의 일부를 품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 자료
Gill, B. A. & Prum, R. O., Ornithology, 4th ed. (W. H. Freeman, 2019), 10장 「항법」, 10.5 「지자기」.
Cornell Lab of Ornithology, Handbook of Bird Biology, 12장 「이동」, 자기 나침반 관련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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