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동네 - 새에 관한 이야기
깃Feather에 사는 외부 기생충들 본문
지금까지 다룬 조류 질환들은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동물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깃털 자체를 집이자 밥상으로 삼는 벌레들, 그리고 그 벌레들이 새에게 남기는 크고 작은 피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깃털이라는 작은 생태계
깃털 한 장 한 장에는 저작성 이(Chewing lice), 깃털에 붙어사는 진드기(Feather mites), 흡혈성 파리(Louse flies)까지 다양한 외부기생충 무리가 깃들어 삽니다. 이 관계는 새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4천4백만 년 전 화석으로 남은 새 이의 내장에서 깃털 조각이 발견될 정도이니, 새가 하늘을 날기 시작한 무렵부터 이미 이런 세입자를 두고 있었던 셈입니다.
저작성 이(말로파가)는 깃털 조각뿐 아니라 피와 조직액도 먹습니다. 몸집이 워낙 작다 보니 이들에게는 깃털 한 장 한 장이 통째로 하나의 서식지입니다. 새 한 마리의 몸에 최대 12종의 이가 동시에 살 수 있는데, 각 종은 몸의 특정 부위나 특정 종류의 깃털에만 자리를 잡도록 분업이 되어 있습니다.
다리가 여덟 개로 거미의 친척뻘인 깃털 진드기(Feather mites)는 아예 평생을 새의 몸에서 보냅니다. 어떤 종은 깃털 표면에서, 어떤 종은 깃축 안쪽 빈 공간에서 살아갈 만큼 서식지가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파리(Louse flies)라는 납작하고 질긴 몸에 발톱까지 달린 흡혈성 파리 무리가 있는데, 150종 넘게 알려진 이 파리들은 새의 깃털이나 포유류의 털 속에 사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파리는 스스로 피를 빨아 혈액 기생충을 옮기는 매개체 노릇을 할 뿐 아니라, 저작성 이나 깃털 진드기를 등에 태우고 다른 숙주에게 옮겨 주는 택시 역할까지 겸합니다.
사냥꾼을 피해 새의 색을 훔치다
새는 부리로 깃털을 다듬으며 눈에 보이는 기생충을 솎아냅니다. 이 습성은 몸통과 날개, 꽁지깃에 사는 이에게 강력한 자연선택으로 작용해, 숙주의 깃털 색과 구분되지 않는 위장색을 갖추도록 진화를 이끌었습니다. 실제로 흰색 깃털을 가진 Sulphur-crested Cockatoo와 검은색 깃털을 가진 Yellow-tailed Black-Cockatoo에 각각 기생하는 자매종 이는 서로 갈라진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한쪽은 눈부신 흰색으로, 다른 한쪽은 짙은 검은색으로 빠르게 갈라져 각자의 숙주 색깔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위장이 아무 곳에서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리로 시각을 이용해 다듬을 수 있는 몸통, 날개, 꽁지깃에 사는 이에서는 위장색이 흔히 진화하지만, 머리 깃털에 사는 이에서는 이런 진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새는 자기 머리를 눈으로 보면서 다듬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화] 다리 하나로는 머리를 긁을 수 없다
새는 부리가 닿지 않는 머리와 목 부위를 발로 긁어 다듬습니다. 그런데 다리를 다쳤거나 한쪽 다리만 남은 새는 이 긁기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머리에 이가 통제되지 않을 만큼 쌓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머리 깃털의 이가 굳이 위장색으로 진화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시각으로 감지해 부리로 솎아내는 압력 자체가 애초에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병인과 병리 — 무엇이, 어떻게 새에게 해를 끼치나
깃털을 갉아먹는 손해
저작성 이가 깃털을 갉아먹으면 깃가지의 짜임이 흐트러져 깃털의 구조적 완전성이 떨어집니다. 비둘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이에 심하게 감염된 수컷일수록 겨울을 넘기는 생존율이 낮고 배우자에게 선택받을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깃털 손상은 보온 기능도 떨어뜨리는데, 손상된 깃털을 지닌 새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대사로 만들어내는 열을 최대 8.5퍼센트까지 늘려야 했습니다. 깃털 하나 갉아 먹히는 정도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겨울을 나는 능력과 짝을 구하는 능력, 매일의 에너지 수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새는 꼬리 기저부의 기름샘에서 짜낸 분비물을 발라 이런 피해를 줄입니다. 이 기름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은 시험관 실험에서 깃털의 케라틴을 분해하는 곰팡이와 세균을 죽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기름샘을 실험적으로 제거한 참새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깃털 전체의 세균량은 늘었지만 정작 깃털을 분해하는 세균만 특별히 늘지는 않아, 기름샘의 실제 효과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어떤 분비물은 오히려 무해한 곰팡이의 성장을 도와 병원성 곰팡이나 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꽁지깃의 마모 정도는 세균 감염률 전체가 아니라 깃털을 분해하는 세균의 감염률과만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이 세균들이 깃털의 온전함에 특히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Common Hoopoe와 나무후투티류의 기름샘 분비물은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데, 이 냄새가 깃털 위생 관리뿐 아니라 포유류 포식자를 쫓아내는 데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파리와 혈액 기생충
이파리는 스스로도 흡혈을 하는 만큼 혈액 기생충을 옮기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이와 동시에 저작성 이와 깃털 진드기가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옮겨가는 이동 수단 역할도 겸합니다. 결국 깃털에 사는 기생충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파리라는 하나의 운송 수단을 매개로 서로 얽혀 확산되는 셈입니다.
진드기가 남기는 더 직접적인 위협
깃털을 갉아먹는 정도를 넘어서는 피해도 있습니다. 물렁진드기과에 속하는 가금진드기(Fowl tick, Argas persicus)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가금류 외부기생충으로 꼽히며, 닭과 칠면조 사육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이 진드기에 물리면 마비가 오기도 하는데, 실제로 닭이 물렁진드기에 물려 수의근이 마비되는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참새목 조류에서는 딱딱진드기과에 속하는 Ixodes brunneus라는 다른 종에게 물려 치명적인 마비가 온 사례도 있습니다. 이 진드기가 흡혈하면서 분비하는 강력한 신경독 때문인데, 피를 빨아 부풀어 오른 진드기는 대개 머리나 눈꺼풀에 붙어 있는 채로 발견됩니다. 마비는 발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며 7일에서 10일에 걸쳐 진행되다가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알바트로스나 슴새류 같은 바닷새에서도 다른 진드기에 의한 마비와 폐사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옴진드기속(Knemidocoptes) 진드기는 새에게 옴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깃털이 빠지고 피부가 손상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 진드기는 사람과 포유류에게 옴을 일으키는 진드기와 같은 과에 속하지만, 새에 기생하는 종은 새에게만 특화되어 있어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나 진드기, 벼룩, 파리 같은 흡혈 곤충이 한꺼번에 심하게 들끓으면 특히 갓 부화한 새끼에서 빈혈과 성장 부진, 심하면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화] 다리가 여섯 개인 곤충과 여덟 개인 거미
깃털에 사는 기생충을 하나로 뭉뚱그려 부르기 쉽지만, 사실 이들은 서로 다른 두 무리에 속합니다. 저작성 이와 이파리는 다리가 여섯 개인 곤충이고, 깃털 진드기와 옴진드기는 다리가 여덟 개인 거미의 친척입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분류학적으로는 곤충과 거미강만큼이나 먼 사이인 셈입니다.
요약
깃털에는 저작성 이와 깃털 진드기, 흡혈성 이파리, 여기에 세균과 곰팡이까지 더해진 작은 생태계가 깃들어 있습니다. 새는 부리로 다듬고 기름샘 분비물을 발라 이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이 기생충들도 위장색으로 진화하거나 서로를 태우고 이동하며 맞섭니다. 대개는 깃털의 보온성과 짝짓기 매력도를 조금씩 갉아먹는 수준이지만, 진드기에 의한 마비나 옴처럼 새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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