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동네 - 새에 관한 이야기
두개 운동성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하기 본문
이솝 우화 중에 '여우와 황새'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로 자신이 먹을 수 있는 그릇(접시와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내놓으며 상대를 조롱하는 이야기인데, 황새는 부리 덕분에 호리병 속 음식을 먹을 수 있었죠. 여기서 좀 재미난 상상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
붉은목도요에게도 먹이가 든 호리병을 주는데, 입구가 겨우 부리가 들어갈 정도로 좁다면 우리 도요는 먹이를 먹을 수 있을까요? 먹이를 물려면 부리를 벌려야 하는데, 입구가 좁아 부리를 벌릴 수 없다면? 그런데 이건 우화 속 상상이 아니라 도요가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도요의 먹이터는 갯벌이고, 갯벌 속에서 움직이는 먹이를 잡는 것은 입구가 좁은 호리병 속 먹이를 꺼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도요는 진흙 속 먹이감을 쏙쏙 잘도 뽑아냅니다. 어떤 비법이 있길래 어려운 일을 이렇게 손쉽게 해 내는 걸까요? 이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개 운동성이란 조금은 낯선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두개 운동성 - 윗부리도 움직인다.
두개운동성을 쉽게 이해하려면 사람의 턱을 먼저 떠올려보면 됩니다. 사람은 음식을 씹을 때 아래턱만 움직이고, 나머지 뼈는 모두 고정돼 있습니다. 아래턱은 상하·좌우·앞뒤로 두루 움직이며 이빨로 음식을 잘게 부수는, 말하자면 3차원적인 움직임입니다. 이에 비해 새의 부리는 벌리고 바로 삼키는 동작이 전부라, 좌우나 앞뒤 움직임이 거의 없는 1차원적 운동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새의 위부리는 머리뼈에 완전히 붙어 있지 않아 어느 정도 독자적으로 움직입니다. 사람은 윗턱뼈가 나머지 두개골과 완전히 융합이 되어 있어 유동성이 전혀 없습니다. 사람이 '하나짜리 턱'을 가졌다면, 새는 '두 개짜리 턱'을 가진 셈입니다. 사람이 '하나짜리 턱'을 가졌다면, 새는 '두 개짜리 턱'을 가진 셈입니다.
골학 Osteology - 어렵지만 내친 김에

Dawson, M. N., Metzger, K. A., Baier, D. B., & Brainerd, E. L. (2011). Kinematics of the quadrate bone during feeding in mallard ducks.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14, 2036–2046. Fig. 1.
두개 운동성이란 새가 먹이를 먹을 때 아래 부리와 위 부리를 동시에 벌리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두개골 구조를 가졌기에 이것이 가능한지 이제 그림을 보면서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진: Dawson et al. 2011, Fig. 1)
이 그림에서 색으로 구분된 뼈 네 개가 핵심입니다. 빨강은 방형골(quadrate), 파랑은 익상골(pteryoid), 초록은 구개골(palatine), 하늘색은 협골 막대(jugal bar)입니다. A그림(옆모습)에서 위쪽에 표시된 비전두관절(코-이마 관절, nasofrontal joint)이 바로 위부리가 실제로 꺾이는 지점입니다. 그림에는 관절로 표현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관절은 아니고 경첩Hinge가 맞습니다.
방형골(quadrate)은 이 시스템의 핵심 부품입니다. 두개골 뒤쪽의 편평골(squamosal)과 관절을 이루는 동시에, 앞으로는 익상골(pterygoid), 옆으로는 협골 막대(jugal bar), 아래로는 아래턱(mandible)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뼈 하나가 네 군데와 동시에 관절을 이루는 셈이라, 아래턱이 움직이면 그 힘이 고스란히 방형골을 거쳐 위부리까지 전달됩니다.
방형골(quadrate)에서 미는 힘이 위부리로 가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첫 번째는 안쪽 길로, 방형골(quadrate)의 익상돌기(pterygoid process)에 익상골(pterygoid)이 붙고, 익상골(pterygoid)은 다시 구개골(palatine)로 이어집니다. 이 익상골과 구개골 구조를 Pterygoid-Palatine Complex라고 합니다. 기억해 둘만 한 단어 입니다. 구개골(palatine)은 입천장, 즉 위부리 안쪽 면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 길로 가는 힘은 위부리를 안쪽에서 부리 끝 방향으로 밉니다.. 두 번째는 바깥쪽 길로, 협골 막대(jugal bar)가 방형골(quadrate) 옆면에 붙어서 앞으로 뻗어 나가 위부리의 바깥쪽에 닿습니다. 이 길로 가는 힘은 위부리를 바깥쪽에서 부리 끝 방향으로 밉니다. 이 두 개의 미는 힘은 비전두 힌지로 연결이 되며 부리를 위로 들어 올리게 됩니다.
이 두 길이 정말로 동시에 움직이는지는 B그림(아래쪽에서 본 모습)에서 다른 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 표시된 방형골(quadrate)-편평골 관절축(quadrato-squamosal joint axis) 방향과 반대로 즉, 화살표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면, 빨간 방형골(quadrate)이 앞으로 밀리면서 두 군데 길이 동시에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하나는 방형골(quadrate) 옆에 붙은 협골 막대(jugal bar)가 앞으로 밀리고 , 다른 하나는 방형골(quadrate)에 이어진 파랑색 익상골(pteryoid)이 초록색 구개골(palatine)과 만나는 관절면입니다. 이 관절의 모양을 유심히 보면, 그 형태가 옆으로 가는 힘을 앞으로 전달하는 모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형골(quadrate) 한번의 회전으로 위부리 안과 밖이 동시에 앞으로 밀린다는 게 그림 한 장에 다 나와 있는 셈입니다. 그 앞으로 미는 힘이 위부리에 작용을 하면 그 결과 비 전두 힌지Nasofrontal joint 에서 굽힘이 일어나며 위부리 전체가 들립니다.
이 그림에서는 아래부리가 표현이 되어 있지 않고 있지만 실제 새에서는 방형골(quadrate)이 앞으로 움직이는 것과 아래턱이 벌어지는 것이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방형골(quadrate)이 뒤로 움직이면 위에서 설명한 것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힘이 전달이 되고 두 부리가 닫히게 됩니다.
방형골(quadrate)이 정확히 어떤 축으로 도는지는 사실 꽤 복잡합니다. 지금 보시는 논문(Dawson et al. 2011)도 X선 촬영으로 오리가 실제 먹이를 먹을 때 방형골이 3차원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처음 정밀하게 측정한 연구입니다. 다만 여기서 기억할 것은 하나면 충분합니다. 방형골(quadrate)-편평골 관절을 축으로 방형골(quadrate)이 앞·위로 돌면 위부리가 들리고, 이 움직임을 두개운동성(cranial kinesis)이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심화] PPC- 고악류와 신악류를 가르는 것도 결국 이 관절입니다
현생 조류는 계통상 크게 고악류(Palaeognathae)와 신악류(Neognathae)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고악류에는 타조·레아·에뮤·화식조·키위 같은 평흉류와 날 수 있는 티나무류가 속하고, 나머지 거의 모든 새(전체 조류 종의 99% 이상)는 신악류입니다.
이 둘을 가르는 핵심이 바로 오늘 살펴본 익상골(pterygoid)-구개골(palatine) 관절, PP 관절(PP joint)입니다. 신악류는 이 PP 관절이 움직이는 경첩으로 남아 있어서, 방형골(quadrate)이 회전하는 힘이 이 관절을 거쳐 위부리까지 전달됩니다. 반면 고악류는 이 PP 관절이 아예 붙어버려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늘 설명한 메커니즘이 신악류에서는 작동하지만 고악류에서는 그만큼 자유롭게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관절 하나의 차이입니다.
다음 글은 앞서 말한대로 도요새의 먹이 사냥 비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논문: Dawson, M. M., Metzger, K. A., Baier, D. B., & Brainerd, E. L. (2011). Kinematics of the quadrate bone during feeding in mallard ducks.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14, 2036–2046. https://doi.org/10.1242/jeb.04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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